일본 나리타(成田) 공항에서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된 인사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씨로 확인될 경우 그 파장은 북일관계 전반으로 흐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 외국에서 위조여권을 이용해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은 문제의 인사가 김정남씨일 경우 북일관계는 당분간 `냉각' 기류를 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체사상으로 독자성과 자주성을 강조해 온 북한이 최고지도자 장남이 연루된 사건이 대외에 알려져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되면 일본에 대한 원망이 대단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일본 당국이 언론에 김정남씨의 체포설이 보도된 이후 사실확인을 유보하며 극히 신중하게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점을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이번 사건이 북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매우 신중한 접근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지난해 여름부터 중단상태에 있는 북일 수교교섭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문제의 남성이 김정남씨로 판명될 경우 중국으로 추방한다는 방침을 흘리는 것도 사건의 확대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씨가 정말 체포됐을 경우 북일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일본이 김씨 사건을 무리없이 매끄럽게 처리할 경우 북한이 일본측의 `성의'를 고려, 과거에 비해 유연한 대일 자세를 취하는등 북측의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도 있다는게 이런 전망의 근거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 전망은 일부에 불과하며 이번 사건은 가뜩이나 정체된 북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일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이 문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은 정말 아마추어적인 분석에 불과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북한이 이 문제의 언론보도와 관련, 일본 정부가 일부러 흘렸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암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이 문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라도 북일간의 문제인 만큼 직접 개입하지는 않고 차분히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문제의 인사가 김정남씨로 판명될 경우라도 우리가 직접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라면서 '다만 남북관계를 고려, 정부도 이 문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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