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것은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대외 개방정책에 중대한 타격이 될 뿐 아니라 북한의 개방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적지 않은 장애가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외개방과 국제기준의 수용을 통해 북한의 대외 경제협력과 국제기구의 지원을 도모하려는 남북한의 공통된 기대에도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특히 당면과제였던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 가입문제는 지난주 북한 참가자의 미국 입국비자가 거부된 이후 이번 테러국 지정까지 겹쳐 사실상 상당기간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통상적인 국제협력 루트가 계속 봉쇄된다는 것은 바깥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북한 스스로에 가장 고통스런 일이지만 북한 못지않게 우리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대북지원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우리가 더 큰 몫을 감당할 수 밖에 없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대내 문제의 해결에도 숨이 턱에 차있는 형편이다.

문제의 근본해결 열쇠는 북한 스스로가 쥐고 있다. 북한이 더이상 테러에 연루되지 않음을 천명하고 보여주는 것이며 대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내적 개혁과 대외개방 뿐이며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그에 따른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길 뿐이다.

근본바탕과 생각은 전혀 바꾸지 않은 채 외양이나 형식으로만 개방 제스처를 쓴다해도 세상은 속지 않는다.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테러와 폭력으로부터 결별해야 하며 핵과 미사일 문제도 국제적으로 해결해야한다.

이 모든 것들을 북·미간의 쌍무적 관심사로만 착각해서는 절대 근본해결의 길이 찾아지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