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열렸던 제4차 `정일봉상 전국태권도선수권대회'가 5일 간의 경기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평양과 지방의 청소년태권도학교에서 선발된 300여명의 남녀 선수들이 참가한 이 대회는 `소년급'과 `청소년급'으로 나눠 틀(품새)ㆍ맞서기(겨루기)ㆍ특기 등의 경기를 치렀다. 지난 98년 3월 말 첫 개최된 이 대회는 당시 평양시와 각 도 `태권도과외학교'에서 선발된 25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2차 대회부터는 도 체육선수단까지 참가, 매년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북한은 이 대회와는 별도로 전국적 규모의 `정일봉상 전국청소년학생 태권도경기대회'와 `전국과외국방체육학교 태권도경기대회'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 98년에는 김정일 당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9월10일상' 국제태권도대회도 신설, 개최하고 있다. 현재 태권도는 북한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건강 태권도'라는 이름아래 생활체육으로도 널리 보급되어 주민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특히 지난해 제4차 남북 장관급회담(평양)에서 남북간 태권도 시범단 교환 등에 합의하면서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북한의 태권도는 경기실천에 응용되는 기본동작(3천200여가지)을 비롯해 틀. 맞서기. 위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틀(품세)은 천지틀, 단군틀, 도산틀, 원효틀, 율곡틀 등 24개 틀에 180여 가지 동작으로 구성됐다.

승단시 습득해야 하는 `틀'의 숫자는 늘어 나는데 예컨대 가장 낮은 급인 10급은 기본동작을, 9급에서 1급까지는 1종류의 틀만을 습득하면 되지만 1단은 12종, 2단은 15종, 3단은 18종, 4단은 20종, 5단은 23종, 6단은 24종 모두를 습득해야 한다. 대련을 뜻하는 겨루기에는 상대방과 동작을 약속한 후 하는 `약속 겨루기'와 임의로 하는 `자유 겨루기'가 있다.

`위력'은 주먹, 칼, 발뒤축 등으로 널판자. 벽돌. 기왓장을 격파하는 일종의 시범과 같은 것으로 북한에서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를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자는 의미에서 격파시에 `결사옹위', `총폭탄'이라는 기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태권도는 기술과 규칙면에서 남북한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북한 공히 태권도의 기원을 고구려 시대의 '수박(手拍)' 에 두고 있지만 현재 남한은 세계태권도연맹(WTF.총재 金雲龍), 북한은 국제태권도연맹(ITF.총재 崔泓熙)의 규칙을 각각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태권도가 본격 보급된 것은 최홍희 ITF 총재가 북한에 들어간 80년대 초반으로 북한 언론들도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태권도가 보급된 것은 82년부터'라고 소개하고 있다.

태권도의 기본 구성이라 할 수 있는 △기본동작 △틀(품세) △겨루기 △호신술 △위력(격파) 등에서는 남북한이 마찬가지이나 겨루기와 품세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의 태권도는 남한에 비해 매우 격렬한 게 특징이다.

남한에서는 머리. 가슴.낭심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를 하지만 북한에서는 머리.가슴 보호대 없이 경기용 장갑과 신발만을 착용하고 겨루기를 한다. 남한에서 몸통 가격만 허용되는 데 반해 북한은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하는 것이 허용된다.

겨루기는 남북한 모두 `약속 겨루기'와 `자유 겨루기'를 한다. 반면 북한의 `자유 겨루기'에는 '1대 2 겨루기'도 있어 격렬한 편이다. 품세의 경우 남한은 △유급자 품세(태극 1~8장)와 △유단자 품세(고려~일여) 등 19개로 이뤄진 반면 북한은 △24개 품세 △3천200개 동작으로 훨씬 다양하다. 경기시간은 남한의 겨루기는 3분 3회전으로 치르나 북한은 2분 2회전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체급은 남녀 일반의 경우 각각 8체급인 남한과 달리 5체급으로 이뤄져 있으며 단(段)수에 따른 경기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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