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6000명까지 목욕한다


◇1980년 개관된 평양 창광원의 전경. 4층으로 된 목욕탕과 2층으로 된 수영관을 비롯해 이발소, 미용실, 청량음료점 등을 갖춘 북한 최대의 고급 목욕탕이다.

북한 최고 최대의 목욕탕은 평양 창광원이다. 노동신문(3월 22일자)은 지금까지 창광원을 찾은 손님이 37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80년 3월에 문을 열었으니 1년에 180만 명이상, 하루에 5000 명 이상이 창광원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창광원의 최대 수용 인원은 하루 1만6000 명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혹시 세계 최대의 목욕탕은 아닐까.


◇ 창광원의 대중탕 모습.

창광원에는 수십개의 독탕, 가족탕, 대중탕이 있으며 이미용실수영장, 안마실도 갖추고 있다. 음료수와 맥주도 한 잔 할 수 있다. 평양시민들은 “내화(북한 원화)를 내고 외제를 쓸 수 있는 곳은 창광원밖에 없다”고 말한다. 각 구역, 동마다 목욕탕이 있음에도 굳이 사람들이 창광원으로 몰리는 이유다. 샤워기나 사우나실 등 창광원의 내부시설은 대부분 일제로 치장돼 있다. 평양의 살만한 계층에서는 창광원에서 사우나 하고 그앞의 락원백화점(외화상점)에서 일제 캔 맥주 한잔 하는 걸 최고의 낙으로 여긴다. 지방에서 평양으로 견학 오거나 출장 온 사람들도 창광원 구경을 해야 평양 갔다왔다고 제대로 자랑할 수 있다.

일반주민들이 창광원 목욕을 하려면 적게는 2시간, 보통 한나절 이상 기다려야 한다. 표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이 창광원 입구에서부터 락원백화점까지 말 그대로 장사진을 이룬다. 군인이나 돌격대(건설대) 대원들이 새치기하다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평양의 상류층들은 뒷구멍으로 표를 구한다. 이때문에 창광원 직원 자리는 알짜배기 ‘노른자위’로 통하지만, 부정이 들통나 목이 달아나는 일도 적지 않다. 당간부들이나 돈많은 사람(북송 재일교포등)들은 독탕이나 가족탕을 애용한다. 종업원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놓고도 대개 1주일은 기다려야 가족탕을 이용할 수 있다. 남녀가 가족탕에 들어가려면 공민증등으로 부부임이 확인돼야 한다. 부부가 아닌 사람이 종업원을 매수해 가족탕에 들어갔다가 들통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경우 ‘부화(불륜)’ 사건으로 처리돼 대부분 평양에서 추방된다.

창광원 안마실은 주로 환자들이 이용하며 북송재일교포 출신들도 단골이 많다. 여기도 이용자가 밀려 종업원을 잘 사귀어 두어야 자주 이용할 수 있다. 창광원 미용실이나 이발소에는 노련한 공훈이발사들이 있어 중앙방송의 아나운서들이나 당간부들이 주요 고객이다.

창광원은 토요일에는 외국인과 고급간부등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개방된다. 이날에 일반인들은 창광원옆 수영장으로 몰린다. 여기에도 사우나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창광원은 평양 천리마거리 보통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이용요금은 대중탕이 2원~2원50전(근로자의 평균월급 100원), 독탕 5원, 가족탕 10원정도이고, 개장시간은 아침 7~8시부터 저녁 8~9시까지다. 최근 북한은 평양시뿐만 아니라 각 도 군마다 창광원식 목욕탕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시설이 창광원에 비할 바가 못된다.
▶ 창광원 사진보기(가족탕, 수영장, 미용실 등)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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