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란 페르손(Goran Persson) 스웨덴 총리

미·북관계가 정체 중인 가운데, 요란 페르손(Goran Persson) 스웨덴 총리가 5월 2일 유럽연합(EU) 의장국 대표 자격으로 남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서방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페르손 총리는 베이징을 경유해 2일 평양에 도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손 총리는 다음 날 오후 비행기 편으로 공해상을 통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나, 북한 체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는 유동적이다.

EU 소속 15개 국가를 대표하는 페르손 총리의 방북 발표로 북한은 유럽으로부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공식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EU회원국 중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프랑스와 아일랜드도 페르손 총리의 방북에는 동의함으로써, 이들 국가와의 수교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U 차원에서는 페르손 총리의 방북으로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EU는 국제사회에서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비중과 역할이 커짐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다.

북한으로서도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명분으로 미·북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EU 및 소속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집중적으로 추진, 페르손 총리의 방북을 성사시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EU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경제재건에 필요한 지원을 확보하고,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오도록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해 방북 당시 취재진보다 25명 많은 75명에게 입북을 허용한 것도, 페르손 총리의 방북을 적극 홍보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페르손 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유럽 국가가 관심을 가진 인권, 대량파괴무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김정일 위원장도 미·북 관계 및 서울 답방시기에 대해서 발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페르손 총리가 1박2일의 북한 방문을 마친 후 어떤 메시지를 갖고 방한할지 관심거리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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