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황장엽씨는 오는 5월23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북한 문제 청문회에 출석해 무슨 말을 할까.

황씨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않고 있지만, 그가 그동안 강연이나 글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김정일 체제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작년 남북 정상회담 전후에도 김정일 1인지배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었다. 황씨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탈북자동지회’의 한 관계자도 24일, “황 명예회장이 미국에 가서도 평소 소신대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가 북한체제 비판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만약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한 자신의 논문에서처럼 ‘인권 불모지’라거나 ‘타도 대상’으로까지 언급할 경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씨의 증언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회의적 시각’을 보다 강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황씨의 방미 계획에 흔쾌하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아직 황씨의 방미 문제가 공식 거론되지 않고 있어서인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한·미 정부간 (황씨의) 신변안전만 보장되면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황씨의 방미가, 지난 3월 그의 방미 문제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와는 다른 상황에서 추진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같다. 미국 정부와 의회로선 자유세계로 망명한 북한 최고위층 인사인 황씨의 ‘증언’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황씨의 증언이 미·북관계나 남북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때문에 곧 황씨의 방미 절차에 관한 협의가 미국측과 본격 시작될 경우, 황씨의 증언 수위를 놓고 정부가 황씨에게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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