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언급이 최근들어 매우 신중해지고 있다.

김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신건(辛建) 국정원장 및 통일, 외교, 국방장관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언제 이루어지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2차 남북정상회담을 차분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도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올해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아직 불투명한 미국과 북한관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앞서 김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연두회견에서는 김 위원장의 상반기중 답방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예정대로 되고 이는 남북 평화, 협력, 긴장완화를 확고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 답방시기에 대한 김 대통령의 언급이 `올 상반기'에서 `연내'로 달라진데 이어 최근들어서는 다시 `연내'를 확실히 못박지 않는 듯한 뉘앙스로 변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당시에는 답방시기가 '빨라질 것 같다'고 3-4월 답방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최근에는 '상반기중 답방이 어려워지는 느낌'이라고 후퇴했다.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 답방시기에 대해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 부시 미 행정부의 태도와 이에 따른 북미 대화부재로 한반도 주변상황이 올해 초와 같지 않다는 대내외 정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정찰기 및 전투기 충돌사고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통령이 이날 통일.외교.안보분야 장관 간담회에서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이고 지역안보도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방이 연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경의선 철도 및 도로연결, 개성공단 건설사업 등 남북협력사업을 차질없이 이루어지도록 하자'고 말한 것도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에 흔들리지 말고 김 위원장 답방과 2차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차원의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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