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현대상선이 금강산 유람선 운항을 대폭 감축키로 전격 결정한 후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자체가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의 대북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공식적으로는 “금상산사업의 중단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사업 활성화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사업의 전면 포기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는 현대의 금강산사업 관련 ‘중대 발표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현대측 고위 관계자들은 전날에 이어 12일에도 비공개 회의를 갖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측은 이날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청와대·통일부 등에 제출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으며, 조만간 모종의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 경영악화 주범으로 몰려 =현대측이 설명하는 금강산 관광사업 원점 재검토론의 핵심적인 이유는 막대한 경영손실이다. 현대아산㈜은 지난 98년 11월 금강산 사업 시작 후 2년5개월 동안 관광대가로 북한에 모두 3억5600만 달러를 보냈지만, 올해 초부터 자본금(4500억원) 잠식상태에 빠져 ‘빈털터리’가 된 상태.

여기에다 금강산 관광을 위한 시설투자비용만도 1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또 현대상선은 매년 50만 명의 관광객을 예상했으나 그동안 총 관광객이 40만 명에 그쳐 지금까지 1300억 원대의 순손실을 입었다.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에는 ‘일등공신’이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사업성이 전혀 없는 암적인 존재로 판명난 셈. 여기에다 기대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정부의 지원이 여의치 않은 데다 최근에는 현대상선의 유동성(유동성·자금흐름) 위기를 우려한 채권단까지 금강산 사업 중단 요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현대건설 없는 MH, 대북사업 단념 가능성 =정몽헌(정몽헌·MH) 회장이 “정부 지원이 없으면 (대북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정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룹의 시너지효과 차원에서 볼 때 현대건설 없는 대북사업은 ‘사업성 제로(0)’이기 때문이다.

현대측은 금강산사업을 통해 남북한 긴장관계를 완화한 다음, 현대건설이 주축이 돼 전력·도로·철도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이라는 ‘황금알’을 공략한다는 복안이었다. 현대아산 고위관계자는 “대북사업은 관광유람선 사업이 아니라 대 북한 인프라구축 사업인데 현대건설이 채권단으로 넘어가 사업명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 정부의 ‘지원’·‘인수’가 대안될까 =현대측은 공식적으로 『사업중단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5억달러 이상 투자했는데 지금 발을 빼지는 않을 것”(현대아산), “사업중단 방침을 정하지 않았으며, 정부와 협상을 계속하겠다”(현대상선)는 입장이다.

현대는 그러나 사업지속을 위해 남북한이 현대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북측에서 금강산사업 대가를 월 1200만달러에서 600만달러로 낮춰준 만큼, 우리 정부도 카지노사업 면허 등 당초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현대아산 고위 관계자는 “금강산 연계 육로관광이 시행되기 전까지 신규대출과 카지노 허용 등 지원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연 고사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육로관광 등 지원방안을 다각도로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으나 정부가 직접 참여하거나 사업을 인수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 송의달기자 edsong@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