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답방할 경우 그 때까지 경의선이 복원되지 않는다면 비행기를 타고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당국은 최근 일련의 비밀 접촉을 통해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답방하는 데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인원이 400명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 수행단이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그 행렬이 너무 길어 경호 상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타고 올 ‘북한 1호기’인 구 소련제 일류신 비행기 IL-62가 낡은데다가 탑승 인원이 적다는 점에서 남북한 당국 모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명칭이 ‘특별비행기’인 북한 1호기 IL-62는 김일성 전 주석이 생존해 있을 때부터 사용해 왔다. 이 비행기는 내부를 방 네 개로 특수하게 개조해 최대 탑승 인원이 원래의 186명에 훨씬 못 미친다.

‘특별비행기’를 탑승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 비행기는 입구가 가운데에 나 있고 들어 가면 기수쪽으로 방 하나가 있고 후미쪽으로 세 개가 있다. 김정일위원장이 이용하는 기수쪽 방은 김일성 시절부터 일반 수행원들의 접근이 차단돼 왔으며 ‘나는 집무실’ 답게 카펫이 깔려 있고 소파와 탁자에다 통신 시설도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미쪽 세 개 방은 차례대로 수행단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들부터 자리 잡는다. 이들 중 첫번째 방은 카펫이 깔려 있고 소파가 놓여져 대개 총리나 각료급이 사용하고, 두번째 방은 10여 석의 비지니스 클래스로 대개 당 부부장급이나 경호원들이 이용하며, 세번째는 몇십 석 남짓되는 이코노미 클래스로 일반 수행원들 차지다.

북한 당국은 한때 낡은데다 이착륙 시 탑승감이 좋지 않은 IL-62를 미 보잉사의 747 기종으로 대체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에서 왜 미국산을 쓰려 하느냐는 등 이런저런 말이 나돌았고 김일성 김정일도 반대해 무산됐으나 실제 이유는 비행기 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특별비행기’를 실제 사용한 경우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대신 92년 인도네시아 비동맹회의 등 북한 고위 대표단이 해외에 나갈 때 가끔씩 사용토록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번 중국 상해 방문때 기차를 이용하면서 그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지만, 그가 비행기를 꺼리는 것은 경호상의 문제 때문이고 비행기 탑승 자체는 오히려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30대 중반이던 70년대 후반에 평양 순안비행장에 자주 나와 비행사 옆자리에 앉아 미그 전투기를 자주 탔으며, 공군대학을 수시로 방문해 비행사를 가리켜 ‘위대한 수령을 공중에서 모시는 사람들’이라며 잘 대우해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 일류신(Ilyushin) IL-62 제원
첫 비행 1963년 1월 3일
엔진 4 Kuznetsov NK-8
길이 53.1m
폭(양 날개 포함) 43.2m
비행거리 10300km
비행속도 900km/h
탑승인원 186명


(자료 출처: http://www.bird.ch/Russians/il62/IL62P01.html)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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