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남북관계가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측은 장관급회담(3월13~16일 예정)과 세계 탁구선수권 대회 단일팀 구성을 무산시킨 데 이어 3일부터 열기로 했던 남북 적십자회담에 대해서도 가부간 연락을 않고 있어 역시 무산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4월에는 북한의 자체 행사가 많다.

5일부터 최고인민회의가 예정돼 있고, 15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이다. 또 17일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고 이어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예고돼 있다. 25일은 군 창건일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속성상 내부행사 준비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게 보통”이라며 “당분간은 북측의 태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대 전 통일원 차관은 “미국 부시 정부가 여전히 강성기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미관계와 대남정책 재검토에 고민이 많은 모양”이라며 “경제분야 협력은 모르겠지만, 정치적 성격을 띤 대화에는 당분간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도 “우리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강경기조 속에 대북정책을 어떤 식으로 전개할 것인지 북한이 지금은 지켜보는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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