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운전수들은 보통 10개가 넘는 증명서를 갖고 다녀야 한다.

평양에서 10년 간 운전을 하다 2년 전 서울에 온 한 탈북자는 “서울에 오니 차가 너무 많아 정신이 아찔아찔 하지만 면허증 하나만 갖고 있으면 전국 어디나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가 평양에서 갖고 다녀야 했던 증명서는 면허증, 운행증, 운전수회의 참가증, 자동차 검사증, 야간운행증, 55호 통행증(평양시내의 주요도로 통행증), 장거리 운행증, 금요통행증, 토요통행증, 일요 통행증, 휘발유사용 허가증, 10호초소(평양 진입초소) 통행증 등이다.

여기다 교통보안원(교통경찰)에게 뇌물로 줄 술과 담배가 없으면 마음을 놓을 수가 없고, 차가 고장나면 스스로 고쳐야 한다. 술먹고 운전하다가 단속에 걸리면 담배10갑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최대벌금액은 북한 돈으로 30원(월급이 100원 정도).

단속에 걸렸을 때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운전수 수칙 13개 항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달달 외워야 하는 것. 특히 미모의 여자교통보안원 앞에서 남자 운전사들이 절절 매야 할 때는 기분이 착잡할 수밖에 없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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