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연합

그간 국내에서 열린 북한 인권관련 행사나 대중 집회에 감초처럼 등장하곤 했던 동독 출신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가 최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폴러첸 박사는 지난 8∼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에서 진행됐던 ‘북한 홀로코스트 전시회’ 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이 행사에는 수전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재단 대표, 일본 와타나베 슈 중의원의원, 중국에서 탈북 지원활동을 벌이다 체포됐던 일본 ‘북조선난민구원기금’의 가토 히로시 사무국장 등 외국의 ‘동지’들이 대거 참석해 그가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특히 폴러첸 박사는 지난 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면담하고 5일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보수진영 이론무장 강연회’에서 연설하는 등 최근 부쩍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던 터라 그의 불참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폴러첸 박사는 8일 전시회 개막식 행사에 불참한 데 이어 9일 부대 행사로 치러진 북한 인권 토론회에 패널로 초청됐으나 행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최측이 긴급히 패널을 교체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그의 통역을 맡고 있는 신동철 목사는 “폴러첸 박사가 국회 도서관까지 갔다가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고 사라진 뒤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폴러첸 박사가 11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이른바 ‘4대 악법 저지 국민행동대회’에는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도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는 “경찰로부터 폴러첸 박사가 그의 숙소 부근에서 목격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직까지 신변에 별 이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폴러첸 박사의 돌연한 잠적에 그를 아는 대북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좀체뚜렷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얼마 전 집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및현 정부를 향해 친북세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일 때문에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목사는 “폴러첸 박사의 성격상 무언의 압력을 느껴서 잠적한 것은아닐 것”이라며 “이전에도 외부 활동을 끊고 사라진 경우가 있었던 만큼 지금 자신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 무언가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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