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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렇게 하자(2) ‘92년 합의서’ 이행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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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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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최초 회담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방향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실현할 과정을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본합의서를 지켜야 하겠다. 그래야만 남북관계 정상화의 길이 트이고 국민적 지지도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평화, 협력 및 화해를 실현하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1992년 초에 남북이 이미 발효시킨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기본합의서)를 이행해야 한다.

이 문건에서 남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파괴전복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이는 남측이 줄곧 강조했던 화해협력과 북측이 집요하게 요구했던 불가침선언을 동시에 담은 포괄적 합의였다. 앞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형식에서도 이 문건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 처음으로 채택된 ‘7·4공동성명’보다도 더 큰 정당성과 구체성을 지녔다.

기본합의서에는 양측이 각기 국호를 정식으로 사용했고 각자를 대표하는 국무총리들이 그것을 조인했다. 그들은 이 합의문의 이행과 준수를 실질적으로 협상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속합의서와 각종 공동위원회도 발족시켰다. 이것이 제대로 실천되었다면 한반도에서도 냉전은 벌써 종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북한핵 및 미사일 문제가 불거져 이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들의 만남에서 이 기본합의서를 회생시키는 것이 곧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현재 다시 일고 있는 강대국들간의 세력다툼과 경제전에서 남북은 생존과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남북합의는 기타국가들간의 조약과는 달리 당사자들이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사문화되고 마는 것을 우리는 번번이 보아왔다. 이제부터라도 남북이 진실로 주고 받는 관계를 재정립하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원칙을 준수해야 국제법은 물론이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인 남북간에도 참된 신뢰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여러가지 불행한 사건들로 인하여 누적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기본합의서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아직도 깊은 회의와 우려를 갖고 있는 다수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며 주변 열강도 한반도의 평화과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신뢰 구축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베를린 선언이 제시한 사회간접자본과 농업구조 개선을 북한에서 본격적으로 실시하자면 남북경제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시켜야 한다. 국가재정과 외국차관으로 대대적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남북경협을 증진시키는 데는 수많은 제약들이 가로 놓여 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남북 당국간에 생산적인 협상이 상설화되어야 한다.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 추세도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재촉하고 있다. 1989년에 있었던 냉전 종식에 더하여 지금 시시각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 금융 및 과학기술의 세계화는 질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적어도 경제와 기술에 관한 한 모든 나라들이 하나의 지구촌으로 통합되고 있다. 유독 남북관계만이 이 대세에서 소외되고 있다면 이는 민족의 번영에 역행하는 것이다. 북한도 이 흐름에 동참하여 남한과 상호의존 관계를 심화하기를 원하다면 우선 기본합의서를 지키고 이행해야 한다.

이 시급한 과정을 여는 첫걸음으로 남북은 우선 이미 약속했던 직통 전화만 이라도 가동해야 할 것이다.

첫번의 만남에서 과도한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다. 당장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뒤로 미루더라도 쉬운 문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와 통신의 통로를 열고 앞으로도 계속 협의할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안병준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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