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자로 보이는 40대 남자 1명이 지난달 2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31일 “북한인 1명이 총영사관에 들어왔으며, 40대 남자라는 사실 외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미 총영사관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은 진입 1주일 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유력 신문사를 찾아가 “북한에 돌아가기 싫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신문사측이 거절하자 미 총영사관에 진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주재 외국 공관에 북한인이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총영사관에 진입한 북한인은 외화벌이 일꾼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북·러 국경을 넘은 탈북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러시아에서는 탈북자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두만강 하구와 동해안에 이르는 양국 국경이 40.3㎞에 불과하고, 이 구간의 물 흐름이 빠르고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감시가 심해 탈북자가 러시아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1999년에는 중국으로 탈출했던 호영일씨 등 7명의 탈북자들이 러시아로 재탈출해 망명을 요청했다가, 러시아 정부가 이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호씨 등에 대해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난민’으로 인정했고, 한·러 정부가 한국이나 제3국 망명 문제를 협의하던 중 러시아가 중국으로 돌려보내 외교문제로 비화됐었다.

북한 노동자들은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러시아 전역에 임업·농업·건축분야에 1만2000여명이 파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당에 충성심이 강하고 가족들이 북한에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어서 망명을 시도하기 힘든 상태로 알려졌다./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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