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측이 금강산관광사업 대가를 월 1200만 달러에서 600만 달러로 줄이기로 북측과 사실상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현대 금강산사업이 ‘중단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 발표가 실제 사실로 확인되기까지는 ‘걸림돌’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대표는 26일 현대·아태평화위원회간 5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금강산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대가협상을 지속할 것이며, 북측이 관광사업활성화를 위한 제반 문제를 지원키로 세부협상을 지속한다’는 것.

외견상 ‘금강산사업 계속 추진’이라는 내용을 놓고 볼 때 북측은 파격적인 양보를 한 것 같다. 현대아산㈜은 북측이 사업대가 감액요청을 거부하고 만에 하나 ‘사업중단’을 통보할 것을 우려, 금강산사업소 현지 임직원과 금강산유람선을 철수시킬 비상책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북측은 또 현대의 금강산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북측은 금강산지역을 국제관광·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조건이 되는 대로 도로·철도의 육로관광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현대측에 밝혔다.

또 관광코스도 내금강·총석정으로 확대하고, 4월 중 현대·북측 실무자가 현지 답사키로 했다. 아울러 고성항 부두~온정각 간 자율통행지역을 관광코스 전역에 모두 확대하고, 고성항 성북리에 해수욕장을 개설, 야영을 허가하기로 했다. 또 학술대회·종교행사·세미나 등 각종 자율행사와 취재진의 취재활동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현대아산㈜은 덧붙였다.

그러나 ‘합의’ 발표를 100% 수용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도 적지 않다. 98년 11월 금강산사업 시작 이후 북측이 약속이행을 지연시켜온 그간의 경험 때문이다. 또 법적, 제도적 구속력을 지닌 문서상 합의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현대측은 합의서를 갖고 있다고 했지만 취재진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합의서가 있어도 실천력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합의서상에 명시된 금강산관광특구·개성공단특구지정 역시 ‘언제 시행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대측 발표대로라면 개성육로관광과 공단사업은 이미 시작됐어야 했고, 금강산일대 관광코스확대·골프장건설 등도 마찬가지다.

또 북측이 관광코스 확대·해수욕장 개장·자율통행 확대 등을 제시한 때는 이미 지난 1월 18일. 김윤규 사장·김고중 부사장 등 현대아산 협상팀이 금강산을 방문, ‘대가를 낮춰달라’고 주장하자 북측이 ‘무마용’으로 제시한 갖가지 지원책이었다.

결국 북측은1월 18일 현대측에 제시했던 당근을 최근 재확인해준 셈이고, 사업대가 부분은 원칙에서 ‘거의 후퇴하지 않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육로관광 부분도 이미 1월18일 북측은 현대측 요청에 대해 “남한 당국에 제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 더 이상 진전은 없는 실정이다.
/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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