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북한만큼 이혼하기 힘든 나라도 드물다. 되도록 이혼을 시키지 않는 것이 국가정책이다. 불가피하게 이혼할 경우 전적으로 여자만 손해보게 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위자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자본주의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단지 아이를 어머니가 키울 경우 남자가 한달 월급의 15% 정도를 양육비로 주게 돼 있는 게 고작이다.

이혼한 여자가 재혼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 또 철저한 남성중심의 북한 사회에서 일부 간부계층의 여성들을 제외하고 여성이 혼자서 살아가기란 너무도 벅찬 일이다. 폭력사회로 변해버린 북한에서 치한들로부터 제 한 몸 지켜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북한 여성들은 남편들의 폭력이나 외도 등에도 불구하고 웬만하면 참고 산다. 북한에서는 남자의 외도는 있을 수 있는 일로 용인하면서도 여성의 외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는 경우엔 재판소에 가서 이혼신청을 한다. 이혼신청이 접수되면 판사는 아주 중대하거나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곧바로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가능하면 화해하고 살도록 조정한다. 재판정에서도 판사는 서로에게 최대한 설득을 벌인다. 서로의 입장도 확인해주고 용서를 구할 대목이 있으면 다시는 그런 행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맹세하게 하고 상대방에게 용서할 것을 요구하는 등 인내심을 가지고 이혼을 만류한다.

평양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혼하려면 아예 지방에 가서 하라는 식으로 화해를 유도한다. 평양에서 사는 것이 큰 특권인 북한에서 지방에 내려가 사느니 참고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이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엔 동네 주부들을 모아놓고 ‘공개재판’을 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두 사람의 사정을 듣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인데 괜히 부부간의 비밀만 폭로돼 망신 당하기도 한다. 이래 저래 이혼은 원하면서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본인들이 죽어도 이혼하겠다고 우기면 어쩔 수없이 이혼판결을 해준다.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든가,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외도나 범죄행위), 고부갈등, 성격차이 등이 있다.

과거에는 부부중 한 명이 정치범으로 걸려 수용소로 갈 경우 강제 이혼시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이혼을 원치 않을 경우 지방으로 추방하거나 함께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 정치범으로 걸렸을 경우 다시 살아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어 이때 갈라서는 부부들이 많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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