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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산원의 세쌍둥이

보통 쌍둥이 출생 자체가 뉴스가 되거나 화제가 될 만큼 진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서 쌍둥이, 특히 세쌍이둥나 네쌍둥이 출생은 하나의 큰 '경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매스컴에서도 이를 크게 다루고 있다.

새해 벽두인 1월 2일 북한관영 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산원에서 새 세기의 첫 세쌍둥이가 태어났다며 세쌍둥이 출산소식을 전했다. 노동신문은 2001년 0시 42분 황남 벽성군 장천리 농장원인 노정순(30) 여인이 세쌍둥이를 순산했다면서 "우리 나라에서 밝아오는 새 세기의 려명과 더불어 세쌍둥이가 태여난 것은 참으로 온 나라를 격동시키는 커다란 경사가 아닐 수 없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2000.12.14)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북한에서는 유달리 세쌍둥이가 많이 태어났다. 월별로 보면 1월에 네 번, 3월에 두 번, 6월에 다섯 번, 7월에 한 번, 8월에 두 번, 9월에 네 번, 11월에 두 번 태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2월에는 5일 평북 신의주에 사는 서경희 여인이 딸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이는 2000년에 평양산원에서 태어난 24번째 세쌍둥이라고 한다. 평양산원 개원 이후부터 따져보면 280번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평양산원에서 태어난 경우에 국한된 것이고 지방에서 태어난 사례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양산원의 유영일 부원장은 1999년 3월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개성에서 삼태자(세쌍둥이)가 태어났던 20년 전부터 오늘까지 473쌍의 다태자(多胎子)가 태어났다"면서 그중 평양산원에서만 242쌍이 태어났다고 밝혔다. 유 부원장은 "건강한 산모의 몸에서는 하루 1ℓ의 모유가 나오며 갓난아이가 하루에 먹는 유량(乳量)도 1ℓ로 삼태자의 경우 하루에 3ℓ의 젖이 필요한데 어머니 젖으로는 어방(어림)도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세쌍둥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생명이 위험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삼태자들 속에서 영양이 부족하여 숨진 아이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태자란 한 배에서 태어난 아이(쌍둥이, 세쌍둥이, 네쌍둥이,??) 등을 지칭하는 북한식 표현으로 이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애착과 열성은 유별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온갖 정성과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북한에서는 산모가 다태자를 밴 것으로 진단되면 거의 예외 없이 평양산원으로 옮긴다. 외딴 섬, 또는 교통이 아주 불편한 산촌이거나 산모의 건강이 썩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헬기까지 동원해 산모를 평양산원으로 공수한다. 이때 동원되는 헬기를 북한에서는 '사랑의 직승기'라고 부른다.

평양산원은 1980년 3월 준공한 북한 최고의 종합 산부인과 병원으로 김정일의 특별 지시로 건립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살이던 1949년 9월 생모를 잃었는데 생모인 김정숙이 사망한 원인이 바로 아이를 낳다가 잘못된 데 있었다고 한다. 다태자를 밴 산모가 평양산원에 입원하면 전담의사와 전담간호사가 배정되고 그때부터 출산할 때까지 특별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아이가 태어나면 남아에게는 은장도를, 여아에게는 금반지를 선물한다. 은장도와 금반지는 북한 최고의 미술작품 창작기지인 만수대창작사에 의뢰해 특별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은장도는 유교적 엄숙주의가 팽배하던 봉건시기 양가의 아녀자들이 순결과 정절을 지키기 위한 호신용으로 지니던 것인데 다태자 남아에게 주어진다니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은장도에는 허리에 찰 수 있는 고리와 붉은 수실이 달려 있고 앞면에는 세 개의 보석, 뒷면에는 김일성화(花)를 형상한 장식품이 달려 있으며 각자의 출생년월일이 새겨져 있다. 붉은색 수실을 단 것은 "일편단심 혁명의 한길에서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다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금반지에는 중앙에 해바라기꽃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 가운데에 다태자를 상징하는 쌍둥이 숫자만큼의 홍보석이 박혀 있다. 뒷면에는 은장도와 같은 형식으로 출생년월일이 차례로 새겨져 있다. 해바라기꽃 문양은 "태양을 따르는 충성의 꽃이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북한은 설명하고 있다.

은장도와 금반지에 출생년월일을 새기는 것은 이들이 만에 하나 이산가족이 되더라도 은장도와 금반지만 맞춰보면 금방 형제·자매임을 알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고 한다.

병원에 있는 동안 산모와 아이에게는 정상적인 의료봉사 외에 꿀, 곰열(웅담), 잣, 가물치 등 각종 영양식품이 공급되기도 한다. 다태자들이 병원문을 나설 때는 꽃다발 세례와 함께 취주악대가 팡파르를 울리는 가운데 화려한 퇴원식을 갖는다. 퇴원 이후에 아이들은 대개 일정기간 육아원에서 생활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후에도 아이들에게는 양육보조금과 교육비 등이 주어지며 학교생활에서도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다.

다태자의 이름짓기도 흥미롭다. 2000년 1월 23일 함북 온성군 중산리 31인민반에 사는 한영실 여인이 낳은 삼태자의 이름은 최강국, 최성국, 최대국으로 지어졌다. 이들의 이름을 합하면 '강성대국'이 된다. 1993년 12월 6일 태어난 평남 숙천군이 사태자는 이름이 백조성, 백국성, 백보성, 백위성이다. 가운데 돌림자를 합하면 '조국보위'가 된다.

1984년 남포에서 태어난 사태자의 이름은 일순이, 편순이, 단이, 심순이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일편단심' 충성으로 받들어 나가는 참된 아들 딸이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이름자를 조합하면 '총폭탄' '일당백' '친위대' '충성심' '로동당' 등이 되도록 돌림자를 넣어 작명한 사례를 북한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다태자에게 보통의 영유아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온갖 배려와 정성을 아끼지 않으면서 이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덕정치·광폭정치, 그리고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시위하는 사례로 널리 선전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다태자 많이 태어나면 나라가 흥할 징조"라며 그들 나름의 의미부여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김광인 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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