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말 한마디 못하고 속만 태워왔지만 이제는 죽은 아들에 대한 한을 풀어야겠다.”

탈북자 유태준씨 공개처형 기사가 나간 17일 새벽 유씨의 어머니 안정숙(58)씨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리고 지금껏 말을 못하고 지냈지만 이제는 죽은 아들을 위해서라도 한맺힌 이야기를 하겠다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한 탈북동료가 쓴 추도 편지를 보며 눈물짓는 안정숙씨.

2000년 2월 입국한 안정숙씨는 김책공대 인쇄공학과를 졸업, 북한에서 최고 직장에 속하는 외국문출판사에서 직장장과 함흥의 함남일보 기자로 일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의 인권문제를 알리는 여러 건의 기사를 써서 국내 언론을 통해 내보냈지만 모두 가명으로 썼다.

―아들이 북한으로 잡혀 들어간 사실을 안 시점은?

“작년 10월이다. 손자를 데려 가지 않으면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해서 대구 경찰로부터 연락이 와 처음 출국한 사실을 알았다.”

―왜 실종신고를 내지 않았는가?

“당국으로부터 절대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받았다. 내가 언론에 알려 태준이 구명을 해야겠다고 했더니 펄펄 뛰면서 쉬쉬해 달라고 했다.”

―아들이 총살당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 아들은 어떤 고문도 이겨내리라고 생각했다. 남한에 들어와 정착했던 사실만 숨기고 북한에서 요구하는 대로 했다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북한이라면 북한사람이 남조선에 가서 총살을 당하게 되면 영웅이 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국적까지 얻은 자기 나라 공민의 목숨을 가볍게 취급하는지 침묵만 강요했다. 진상을 규명하고 여기 남은 손자의 장래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아이를 내게 맡겨놓고 임대아파트마저 철거해 버렸다.”

―작년 10월 피랍소식을 알리면서 그 후 우리 당국에서 알려준 소식은?

“무사하다고만 했을 뿐 아무 소식이 없었다. 내 입 단속을 하는 데 바빴을 뿐이다.”

안씨는 아들 태준씨 때문에 심한 감시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다른 탈북자들은 특별보호기간이 1년 이내지만 안씨의 경우는 6개월 연장된 상태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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