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연일 강력히 비난하는 것은 부시 대통령에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25일 행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북한 부시 비난 계속: 대화 결렬 노력으로 보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부시 대통령을 "파시스트 독재자" "인간 쓰레기" 등으로 부르며 강력히 비난했다면서,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공식 성명은 북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추가 회담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3일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도저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마주앉을 초보적인 명분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에 대해 "히틀러를 몇 십 배 능가하는 폭군 중의 폭군이고 그러한 폭군들로 구성된 부시 일당은 전형적인 정치 깡패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특히 "일부 행정부 관리들은 평양측이 부시에게 한반도 문제의 움직임과 관련 어떤 정치적인 이익도 주지 않기 위해 회담을 침몰시키려 한다고 믿는다"면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양자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해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위스콘신주에서의 선거유세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ㆍ일본ㆍ한국ㆍ러시아와 한덩어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5개국이 '무장을 해제하라'고 '폭군'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측은 이 발언이 북한 최고지도부를 중상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미 행정부 관리는 "그들(북한)은 구실을 찾고 있었고,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을 `폭군'이라고 부른 것은 당장 쓸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이어 "그 성명의 문안은 전에 없이 신랄하고 인신공격적"이라면서 " 이 성명은 케리에게 부시 행정부가 협상을 잘못 다뤘다고 말할 기회를 주려는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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