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8년 실종된 뒤 북한에 의한 납치 의혹이 제기돼 왔던 일본의 초등학교 여교사가 실제로는 일본 국내에서 피살된 뒤 암매장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여교사를 죽인 살인범이 범행 26년 만에 경찰에 자수하면서 드러났다.

도쿄(東京) 아다치(足立)구립 나카가와(中川)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여교사 이시카와 지카코(石川千佳子·당시 29세)는 1978년 8월 같은 학교 경비원과 말다툼 끝에 살해당한 뒤 경비원이 살던 집 마루 밑에 암매장됐다.

올해 68세의 범인은 자신이 살던 집이 구획 정리로 헐리게 되자 철거과정에서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 22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진술대로 범인이 살던 집 마루 밑에서 이시카와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했으나, 공소시효(15년)가 이미 만료된 상태여서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미결사건으로 남아 있다가 1987년 KAL기 폭파사건 범인 김현희가 “북한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일본어 교사였던 ‘이은혜(李恩惠)’가 이시카와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진술하면서 납북 가능성이 제기됐다.

살해된 여교사는 최근 납북 피해 의혹자 가족 모임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에 의해 이름과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특정실종자 문제조사회’는 지금까지 400명의 납치관련 정보를 접수해 이 가운데 202명을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 의혹자로 발표했으나, 4명은 일본 국내 생존이 확인됐고 경찰에 의해 ‘국내 사망’으로 확인된 사례도 1명 포함돼 있다.
/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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