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은 13일 전체회의에서 이정빈 외교통상장관으로부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받은 뒤 향후 대북정책의 수정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서청원의원은 “한·러 정상회담에서 ABM(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조약 유지·강화를 언급했다가 3일만에 이를 부인한 것은 외교적 미숙을 드러낸 것”이라며 외교팀 문책을 요구했다.

같은 당 박관용의원은 “처음 외교부 실무진에서조차 공동성명 포함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던 ABM 문제를 러시아측 요구대로 발표하자 곤잘레스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즉각 비밀리에 청와대에 항의문서를 보내왔고,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김하중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라이스 보좌관을 찾아가 사과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이스 보좌관이 보낸 항의 문서에는 ‘한국은 미국의 맹방인가’ ‘ABM과 NMD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는 ‘경고성’ 내용이 들어있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같은 당 김용갑의원은 “오늘 아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만 보더라도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정권”이라며 “정부는 대북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장성민의원은 “부시 행정부내에 강온파의 대립으로 한반도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 만큼 미국의 대북정책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이전에 파월 국무장관 등 온건파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전방위 대미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고위직인사들은 군비증강이 소련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믿는 사람들인 만큼 그런 사람들에게 탈냉전적 외교를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의원은 “한미 양국의 국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한미간 상호 공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당당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정빈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방문기간중 황장엽씨의 방미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에서 신변안전이 보장된다면 관계 부서끼리 협조해서 방미할 수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답변했다.
/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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