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65)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각) 가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4년 자신의 재임 기간 미국의 한반도 외교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96년 국무장관 취임 이후 한국 언론과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또, 자신의 작년 10월 평양 방문 때 북한이 조선일보의 동행 취재를 막은 사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미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달리 북한에 대한 의구심(skepticism)을 표시했는데….

“정상회담 발표문만 갖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한에 대한 검증과 투명성 문제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우리(이하 클린턴 행정부)도 (핵과 미사일 등에 대해) 완전히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투명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검증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협상이 필요하다.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가능한 빨리 끝내고, 포용(관여·engagement)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리가 남·북한에서 직면한 상황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었다고 믿고 있다.

지난 과정이 밝혀주듯이 우리 중 누구도 김정일에 의해 조롱당하지(fooled) 않았다.(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에 조롱당하지 않겠다’는 부시의 말을 전한 것을 겨냥한 듯)”

―작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뒤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임기 막판까지 노력했는데,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돌이켜보면 당시는 클린턴(Clinton) 행정부 말기였고, 그처럼 복잡한 이슈를 다루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일들이 작년에 지연됐다.

우리는 초기 단계에서는 평양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다음에는 (소송공방으로 승패가 늦게 갈린) 대선 과정 때문에, (북한과)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 처리해야할 중요한 세부사항을 다룰 시간이 달아나 버렸다. 우리는 (미사일 개발과 수출 중단에 대한) 검증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었다. 우리는 단지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대북관에 대해 시각차를 노출했는데, 이로 인해 향후 한·미관계가 긴장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가?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동맹국이고, 내 관점에서는 미국이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그가 하는 일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무장관으로서 한반도를 문제를 다루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글쎄, 내가 생각하기에 남·북한과 외교를 하면서 가장 (큰) 결실로 느끼는 것은 분명히 작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한 일은 한반도의 전체 역동성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더 진전시켜야 할 중요한 조치들이 매우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모든 사람들은 이산가족 상봉이 정기적인 차원에서 보다 대규모로 이뤄지기를 바랐다. 나는 북한이 (이에 관한) 추가적인 조치들을 밟고,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빨리 답방하기를 희망한다.”

―서구 국가 지도자들 중에는 드물게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작년 10월 회담할 기회를 가졌는데, 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나는 김 위원장에 관해 김 대통령이 느낀 것과 많은 부분, 똑같이 느꼈다. 김 위원장은 합리적인 대화자(interlocutor)였다. 또 전적으로 자신의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원맨쇼(one man show)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가 매우 흥미롭고 친근감이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하는, 철저하게 전체주의적인 지도자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원맨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북한의 최근 여러 움직임을 진정한 개혁으로 가는 징표라고 생각하는가?

“북한이 진정으로 개혁하려고 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과 대화하는 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들을 무시하고 협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이뤄질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감축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우리 모두는 (휴전선에) 대규모의 재래식 군대가 배치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것은 다뤄져야 할 이슈이다. 그러나 (북한 군사력에 대한) 억지력은 현 단계에서 제대로 행사되고 있으며, 우리는 미사일로부터 오는 위협에 더 중점을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경제지원이 북한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명백히 일부 경제적 지원은 군사력 강화에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을 변화시켜 나가되, 무정부 상태의 대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식량계획(WFP)이 원조를 호소할 때 국제사회가 반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최근 워싱턴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지난 94년 맺은 제네바 기본합의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경수로 대신 화력발전소를 북한에 건설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제네바 기본합의는 매우 특별한 목적을 갖고 있는, 상당히 중요한 협정이다. 이 협정에 동요를 가져올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데는 매우 깊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미 국무부는 작년 11월 초 조선일보에 서한을 보내 귀하(올브라이트)의 작년 10월 평양 방문 때 북한이 한국 최고(최고), 최대(최대) 신문인 본사 기자의 동행 취재를 막은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고, 유감을 표시했다. 언론자유의 관점에서 이에 대한 견해는?

“북한은 당시 조선일보의 방북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북한은 언론자유를 인정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당시 많은 기자들이 평양을 방문할 수 있었던 점을 기쁘게 생각했지만, 동시에 조선일보가 나와 함께 역사적 북한 방문을 할 수 없었던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국무장관 재직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책에 한반도 문제도 포함되는가?

“내 책에서 한국 관련 이슈를 분명히 다룰 것이다. 김 대통령이 가택연금 당하고 있을 때 나는 대학 교수였는데, 그 때부터 그와 친분이 있었고 많이 만났다. 또 내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얘기도 쓸 것이다. 나는 그 회담이 역사적이었다고 믿는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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