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상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11일 미국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에서 가진 국민들에 대한 귀국보고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다소 의구심을 표시한 것도 사실이며, 나는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그 분이 가진 우려가 무엇인지 파악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부정책 수립의 참고로 함은 물론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북한에 대해서도 전달해줄 생각”이라고 밝히고, “이번에 나는 세가지를 주면서 세가지를 받는 포괄적 상호주의를 (미국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포괄적 상호주의의 내용과 관련, 김 대통령은 “북한이 지킬 것은 첫째 제네바협정을 지키고, 둘째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포기하고, 셋째 남쪽에 대해 무력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그 대신 우리도 첫째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둘째 적절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셋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한반도 안보를 위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주로 북한과 협상하고 한국은 불가침 합의를 통해 무력불사용과 군축, 그리고 교류협력을 통한 긴장완화를 다루는 역할분담이 바람직하다고도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미국 정부의 의사와 역할을 지금보다 더욱 고려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미국 행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상호주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고 재래식 무기에 의한 위협도 감소시켜 나가야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 정권을 안심시키게 되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선(先) 지원, 후(後) 변화'의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비등가성, 비동시성, 비대칭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사실상 상호주의를 외면해 왔다.

김 대통령은 귀국보고에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대북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혔으며, 앞으로 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시했다”면서 “이를 정리하자면 첫째 한미간 동맹적 협력관계의 확인, 둘째 햇볕정책의 성과인정, 셋째 남북관계에 있어 우리의 주도권 인정, 넷째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다섯째 제네바 합의의 준수 등”이라고 밝혔다.

/김광인 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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