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7일 정상회담은 양국의 전통적 안보 동맹관계와 우리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노심초사해 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일단 총론에서 고무적 성과를 얻은 셈이다.

◆ 신뢰관계 구축·동맹관계 재확인

김 대통령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목이다. 전임 클린턴 대통령과는 서로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부르면서 역대 정상 중 최상의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터라, ‘힘의 외교’를 표방하면서 북한 당국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던 부시 대통령과 서로 믿을 수 있는 인간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한·미 동맹관계를 강조하면서 김 대통령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한국측의 우려와 걱정을 털어주었다고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NMD(국가미사일방어) 체제 계획에 대한 한·미 이견 파문’에 관해 부시 대통령의 궁금증을 신속히 해소하고, 북한과 한반도 정세 및 김정일 위원장의 움직임 등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양국 정상 간 ‘믿음의 고리’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 대북정책 공조

김 대통령의 워싱턴 도착 직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낭보’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파월 장관은 안나 린드 스웨덴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국의 그것과 전적으로 일치하며, 김 대통령을 지지하고, 공조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클린턴 행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남겨놓고 간 유망한 요소들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부시 대통령도 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추인’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확인해 주었다.

이는 총론적이긴 하지만 김 대통령에게는 ‘최상의 선물’이 됐다. 김 대통령은 이에 따라 일단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 등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집권 후반기에도 이어갈 수 있는 최대의 응원군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 과제와 전망

하지만 대북정책과 외교·안보 문제에 관한 한·미 양국의 정책과 시각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완전 일치되고 모든 문제가 다 풀렸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엄밀히 말하면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진용이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대북정책의 ‘기본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과 대북정책의 기본축은 10월 상하이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부시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아시아 독트린’ 형태로 발표되지 않겠느냐 하는 관측까지 나온다.

NMD 문제를 포함하여, 대북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한·미 간에도 다소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개별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속도조절을 어떻게 할지, 또 북·미 관계의 진전을 위한 북한 핵·미사일, 재래식 무기감축 협상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지도 그림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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