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3번째 면담이 정상회담 이전에 성사될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두 7차례 북한을 방문한 정 명예회장은 지난 98년 10월 소떼몰이 2차 방북 때 김정일과 첫 면담을 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평양체육관 기공식 참석을 위한 방북 때 2차 면담을 한 바 있다.

현대가 또다시 김정일과의 면담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서해안공단조성사업 등 아직 풀지 못한 현안들이 적지 않기 때문.

현대 관계자는 “어차피 북측과 약속했던 사항을 논의하겠다는 것이고, 정경분리원칙이 있으므로 정상회담 일정과는 무관하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두 달이나 더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해안공단부지 선정, 금강산여관 임대 및 해상호텔 설치, 통천경공업단지 착공 등 올해 초부터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시급한 현안들이 많다는 것이다.

당초 현대측이 계획한 정 명예회장의 방북 예정 시기는 지난 2월. 그러나 실무협의 과정에서 3월 중순으로 연기됐고, 또다시 4월 중순 이후로 늦춰진 상태다. 이처럼 차질이 생긴 것은 북한측이 이에 대해 아직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정 명예회장과 김정일의 면담이 정상회담 이전에 성사될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경분리라고는 하지만 남북간 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민간차원의 면담’이 선행되기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북한측이 현대와의 실무협의를 늦춰온 것도 남북당국자간 물밑교섭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재계는 정 명예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에 수행하는 형식으로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동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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