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은 6일 북미 관계가 중대 진전을 이룩하려면 결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만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전 조정관은 미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에 즈음해 `북한: 과거의 진전과 향후 조치들'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성과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평가하고 부시-김 위원장 회담을 제안했다.

셔먼 전 조정관은 부시 행정부에 대해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하도록 허용할 것'을 주문한 뒤 김 대통령은 '매우 훌륭한 정치가'라고 높게 평가했다.

셔먼은 '한미일 3국이 대북 협상에서 긴밀히 공조해 왔으나 항상 이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동맹국간의 강력한 공조를 토대로 하지 않고는 대북 협상 추진이 불가능하며 중국과도 긴밀히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셔먼 전 조정관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협상에서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든다면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으므로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하고 클린턴 행정부가 이룩한 곳에서 출발하되 미사일 협상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셔먼은 북한에 대한 포용 정책과 부시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려는 국가미사일방어(NMD)는 양립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분석과 달리 부시 행정부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셔먼 전 조정관은 '북한과의 협상에서는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도 안되며 확성기로 떠들어대며 공개적으로 추진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말해 대북 협상이 매우 다루기 힘든 사안임을 시사했다.

한편 주한 대사설이 나돌고 있는 더글러스 팔 아시아태평양정책연구소(APPC) 소장은 김 대통령이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전략적 상호주의를 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북미 협상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커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 연구원은 김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예상되는 남북 평화 선언과 최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과 관련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한-러 공동 코뮈니케 등 한미간의 긴장 요인들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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