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문화생활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획일적이고 딱딱하기만 했던 주민들의 문화생활에 다양성과 함께 오락적인요소가 가미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을들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실천해야한다는 김정일 총비서의 '신사고' 지침이 기폭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중순 개원한 평양바둑원은 문화생활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북한에서 바둑은 80년대 후반 ’정책종목’으로 지정되기는 했지만주민 보급용은 아니었다. 중국 또는 일본과의 교류와 외화획득을 위한 일종의 ’엘리트 스포츠’로 키워졌을 뿐 주민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비효율적인 스포츠’라고 해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이 '비효율적’이라던 바둑의 대중보급에 나서기로 한 것은 주민생활과 연관지어볼 때 적잖은 의미가 있다. 물론 평양바둑원 개원에 앞서 바둑에 대한 평가를 '권장할만한 두뇌 스포츠’로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 2월말 대중악기전시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중악기란 말 그대로 전문예술인이 아닌 일반 주민들이 평소 취미생활 차원에서 다루는 악기를 일컫는다. 따라서 대중악기전시회는 일반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좀더 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북한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수 있다. 북한에서는 대표적인 대중악기로 하모니카 키타 손풍금(아코디언)을 꼽고있다.

북한에서 최고인기를 누리는 평양교예단에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있는것은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더 제공하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지난달 28일 조선중앙TV는 이에대해 “근로자들을 체육 문화적으로, 사상 정서적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그 배경을 설명했다. 평양교예단의 새로운 레퍼토리에는 ’우주를 정복해 나가는 여성 조종사’를 소재로 한 작품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중순 김정일총비서 생일행사의 하나로 수중발레 공연을 가졌던 것은문화생활에 오락성을 가미하려는 노력의 산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피는 스포츠였지만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집단으로 등장한 것은 북한사회에서 특기할 일이다. 북한의 잣대로 보면 수영복 차림의 여성은 불과 몇년전만 해도 '선정성' 시비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이 수중발레 공연은 TV 화면으로 소개까지됐다.

평양에 생맥주 공장이 세워지고 있는 것도 깊이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음주문화가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북한사회에서 생맥주 공장의 건설은 이를 양성화하는 쪽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맥주는 주로 소주나 들쭉술 등과는 달리청년층을 주 소비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여 청년문화의 새로운 패턴을 점치게까지 하고 있다.

북한 문화의 이같은 다양화와 오락성 가미는 물론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고난의 행군’으로 지친 주민들을 위무하려는 ’선무정책’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무정책’의 산물로만 보기에는 오락성의 농도나 다양화 속도가 매우 빨라 북한의 문화정책이 전반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란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은 것인데다 한번 형성되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있기 때문이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