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재방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피랍 일본인의 북한 잔류가족 문제의 해결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측이나 북핵이라는 현안을 안고있는 북한에게나 털어야 할 짐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2일 정부전용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가 김 위원장과 잔류가족의 송환문제를 담판짓고 당일 돌아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기에 잔류가족 8명과 동승해 귀국할 가능성마저 일본언론들은 점치고 있다. 양국간 잔류가족 귀국협상이 물밑에서 빠르게 진전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2002년 9월 양국간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평양선언'의 정신을 강조, 잔류가족의 송환과 국교정상화 협상재개간 '맞교환'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잔류가족의 귀국을 확약받고 사실상 대북 경제지원을 의미하는 수교협상의 재개를 약속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안부가 불분명한 납치피해자 10명의 진상규명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 '퍼주기식' 대북지원에 대한 우려도 있다. 따라서 고이즈미 총리는 10명의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위의 구성을 요구하고 대북지원도 당장은 인도지원으로만 선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교협상 중단 후 평양선언의 정신을 들며 납치문제 외에도 북핵과 미사일의 일괄타결을 요구해왔던 만큼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평양선언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합의문서의 작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양국간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은 현시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게 외교가의 분석들이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잔류가족의 귀국으로 사실상 선거승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된다.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북한측으로서는 이 문제가 자칫 북핵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미국의 테러국 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해결이 불가결하다. 가장 큰 유인은 대북 송금 금지 등으로 북한의 목을 죄고있는 일본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외무성의 다케우치 유키오(竹內行夫) 사무차관 등과 협의를 갖고 베이징(北京) 협상 등에서 양국간 진전시켜 온 합의내용을 보고받았다. 이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와 회담을 갖고 승인을 얻는 모양을 갖추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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