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은 14일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개최한 ’북한의 대외관계: 지속성과변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 등 북한의 대외관계 변화와 특징, 전망 등을 분석했다.

▲미국(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냉전시대, 탈냉전시대, 9.11테러 이후 세시기를 관통하는 북.미관계의 공통점은 ’비대칭적인 힘의 관계’다. 북한은 미국과관계에서 비대칭적인 힘의 관계에 놓여 있었지만 항상 나름대로 자신을 방어하는 무기 내지 카드를 보유했다.

탈냉전시대 북.미관계는 미국의 ’국제질서 재편전략’과 북한의 ’생존전략’이 상호작용하면서 냉전시대의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단선적인 모습에 비해 ’협력’과 ’대결’이라는 상반되는 가치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동학을 보여줬다.
9.11 후 북.미관계는 부시 행정부의 반북 강경정책에도 불구하고 ’접근’과 ’대결’을 반복, 나름대로 역동성과 동학을 드러냈다.

역사의 큰 흐름으로 볼 때, 북미 양측은 북핵문제와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 관계정상화를 이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새로운 동북아질서를 창출해 가는데 있어서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향후 북.중관계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양국의 상호 인식이다. 북한의 대중인식의 변화는 중국의 대북전략에 많이 달려있으며따라서 북.중 관계는 북한 입장보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적 변수의 영향을 점점 더받게 될 것이다. 지정학적 요인이 남아있지만 이 또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북.중관계는 중국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차지하는 북한의 위치가 중요하며 북한의 인식과전략이 중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개혁.개방을포함해 북한이 어느 정도 중국의 전략에 부합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북.중 관계는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그 성격은 이미 달라지고 있고앞으로도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본(임재형 단국대 교수) = 북.일관계는 ’정경분리원칙’ 하에서 정치적 관계보다 경제적 관계가 지속됐다. 일본정부는 정경분리원칙을 북한에 엄격하게 적용한반면 북한은 일본보다 느슨하게 적용하려 했다. 그렇지만 정경분리원칙은 비공식적관계의 북.일관계를 유지.확대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북.일관계의 진행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북한의 대일 인식, 일본의 국내정치환경, 국제환경이라는 변수가 모두 양자관계의 진전에 긍정과 부정, 어느 한 측면에만 작용한 것이 아니라 서로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국가이익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전개됐으며, 이는 앞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유럽(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6.25전쟁 이후 동구권이 북한 경제의 재건을 위해 많은 물질적 지원을 한 것처럼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식량난 시기에는 서유럽이 식량과 의약품 등을 제공했다. 동구권의 지원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서유럽의 지원은 ’인도주의’라는 명목 하에 이뤄지고 있다.

경제발전 수준의 차이로 인해 북한의 대동구권 경제협력은 대등한 것이라기보다의존적 성격이 강했고 대서구 경제협력도 이와 마찬가지다. 결국 경제협력의 성격은크게 변하지 않은 채 냉전시대와 탈냉전시대에 경제협력의 파트너만 바뀐 셈이다.

▲러시아(정성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김정일시대의 북.러관계는 이데올로기라는 김일성시대의 공통분모가 와해하고 동맹의 성격이 퇴화하는 한편 실리주의적성격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수직적 관계로부터 수평적 관계, 이데올로기적 관계로부터 실용적 관계로 들어가고 있어 더는 일방적인 이익 추구가 가능하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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