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丹東)=조중식 산업부기자 jscho@chosun.com

일요일인 지난 9일 오후 북한과 중국의 접경도시인 단둥(丹東)시 압록강변. 공원처럼 조성돼 있는 강변에는 5·1 노동절 긴 연휴의 막바지 휴일을 즐기러 나온 중국 상춘객들로 붐볐다. 이들을 향해 유람선 호객꾼들은 쉴새 없이 소리를 질렀다.

“우콰이(5塊·5위안과 같은 뜻)! 우콰이!” 강변 선착장에 줄지어 선 50여척의 유람선은 손님을 다 채우고 차례차례 강심(江心)과 양쪽 강변을 넘나들며 압록강을 유람했다.

상춘객들 사이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기념촬영 나온 신혼부부들이었다. 꽃단장한 머리에다 붉고 흰, 또는 자줏빛의 드레스를 차려입은 ‘5월의 신부’ 곁에, 양복 정장을 빼입은 신랑이 바짝 붙어서서 카메라를 향해 온갖 행복한 포즈들을 취했다.

결혼 축하연이 진행되는 한 대형 식당 앞에서는 “뻥, 뻥” 소리를 내면서 폭죽이 연방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강 건너편 풍경은 딴 판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강 복판으로 다가가서 본 신의주 쪽 압록강변은 무채색의 남루한 옷을 입은 북한 주민들이 2~3명씩 강변을 따라 걷거나, 또는 강쪽을 향해 군데군데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물레방아 모양의 대형 공중 놀이기구는 돌지 않고 멈춰서 있었고, 5척의 유람선은 종일 꼼짝 않고 선착장에 묶여 있었다. “운항할 기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함께 유람선을 탄 중국인이 말했다.

대조되는 이런 강변 풍경에서부터 5㎞ 가량 떨어져 있는 단둥 열차 화물창고. 휴일인 이날도 용천 사고 주민에게 보낼 밀가루 등 구호물자를 화물열차 2량에 싣고 있었다.

한참 작업 과정을 지켜보던 한 중국인이 혼잣말하듯 내뱉었다. “이런 물자를 보내면 뭘 하나. 이번 사고 구제야 하겠지만, 근본적인 가난 구제를 못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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