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鍾澈
국방대학교 교수·국제안보

최근 북한은 평안남도와 함경남도 2개 기지에 사정거리 4000㎞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공사를 벌이고 있고, 사거리 6000㎞의 대포동 미사일 개발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700~800여기의 중·단거리 노동(사거리 1300km) 및 스커드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중단없이 미사일 사거리를 확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이 현상태의 개발과 판매 전략을 지속할 경우, 2015년쯤에는 미국을 강타할 수 있는 사거리 1만㎞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확장과 판매는 지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진행되는 북핵문제 6자 회담의 장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북한 간의 역학관계와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이 깨어지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곧 실전 배치될 신형 중거리 미사일이 괌을, 개발을 재개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사거리가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즉 6자 회담장 옆방에다 미국과 큰 미사일 도박판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곡절을 겪으며 힘겹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치 및 군사적으로 미국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배치하고 개발하는 것은 정상적인 전략 게임보다는 판돈이 큰 도박을 벌여 보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볼 근거는 여럿 있었다. 북한은 6자 회담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나 특별히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중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 요구에 대해 강박관념까지 내보이며 집요한 거부 의사를 전달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은 6자 회담 참가국들 중 한·미·일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핵 폐기에 관해서는 북한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북한은 협상 분위기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음을 읽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의 큰 승부밖에 달리 국면 전환 방도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의 도박판에 참가할 것인가? 네오콘의 지원을 받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팀은 북한이 벌인 도박장의 난방을 꺼버리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다. 일단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 일본과의 미사일 방어체제(MD) 강화에 역점을 둘 것이다.

또한 미국은 서두르지 않고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이 스스로 도박을 통한 한판 승부가 무의미함을 깨닫도록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한미동맹관계 재편 문제와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책을 연계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유도하는 단도칼로서 미사일 전략을 계속할 것이고 ‘세계 제일의 미사일 상인’으로서 미사일 개발과 판매를 지속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미사일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미국의 대응은 유연해지기보다는 그 반대로 지향될 것이다. 비관적으로 보면 북한이 핵 무장 미사일을 보유하는 날, 남북한 간의 안보·군사적 역학관계가 북쪽으로 기우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때 미·북이 대결하고 중국이 뒤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역학구도가 형성되면, 최근 논의되는 우리의 안보축 변경 문제, 즉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을 보다 빨리 강요 당하는 처지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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