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안남도 양덕군과 함경남도 허천군에 사정거리 4000 km의 신형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을 실전 배치했다는 뉴스에 대한 첫 느낌은 ‘아직도 미사일이냐’는 것이다. 용천역 폭발 사고를 계기로 모처럼 우리 사회에 조건 없이 북한을 돕자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는 때여서 더욱 그렇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사정거리 300~500km 급 스커드 미사일 약 600기와 1300km 급 노동1호 약 150~200기 등 모두 750~800기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실전 배치된 신형 미사일은 미군이 21세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진기지로 설정하고, 활주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괌까지를 사정권(射程圈)에 두고 있다. 미국의 태도가 더욱 경화(硬化)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시점에서 북한은 그 동안 미사일과 핵 개발 시도가 그들에게 가져다 준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핵과 미사일은 무엇보다 먼저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켰다. 사경(死境)을 헤매는 경제 상황 속에서 핵과 미사일에 대한 과잉 투자가 북한 경제의 목을 더욱 조여 왔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국제적 고립과 자원배분의 왜곡은 식량난을 더욱 가중시켜 북한 주민들을 굶주림으로 내몰았을 뿐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그럴 듯한 명분을 제공해 왔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고 2척의 이지스 함을 추가로 구입하는 것은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겉으론 “북한의 미사일 실전배치”를 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금이라도 북한은 대량살상 무기를 지렛대로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미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이 그런 무기로 위협하지 않아도 그들의 재난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 않은가. 미사일과 핵이 북한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배고픈 국민의 마음이 체제를 떠나고 있는데 핵과 미사일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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