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수사를 피해 스위스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중 빌 클 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의 퇴임직전 사면혜택을 받아 논란의 대상이 된 미국의 억만장자 마크 리치가 북한의 대(對) 아랍권 장거리 미사일 수출 포기 설득작업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가 2일 보도했다.

하레츠는 이스라엘의 아셔 나임 전(前) 한국 주재 대사가 유대계 미국 신문 포워드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인용, 92년 한 핵심인물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 포기를 위한 협상의 일환으로 북한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제의를 했다면서 이는 이 협상에 리치가 관여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92-95년 한국 대사로 재직했던 나임 전 대사는 포워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서 금광과 다른 광물 채굴사업에 투자할 용의가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면서 '그의 이름은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아랍국들에 대한 로동 탄도미사일의 수출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미국의 개입으로 이 협상은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94년 파리에서 발간된 `인텔리전스 뉴스레터'는 이같은 이스라엘의 제안은 '리치와의 협력하에' 이뤄진 것으로 밝혔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그러나 92년과 93년 평양을 방문해 협상을 벌였던 에이탄 벤 추르 전 외무부 국장은 리치가 이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포워드는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리치를 사면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스라엘 고위층이 그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의 사면을 요청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 가운데는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전직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국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예루살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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