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 중 가장 구체적인 결과물은 김 위원장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의 지속적인 추진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점이다.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양측 지도부의 대화록에는 김 위원장이 “최종적인 조선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인내심과 융통성을 발휘해 6자 회담에 참여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그동안 북한 당국이 발표해 온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고지도자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가볍지만은 않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중국은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현실적 접근을 요구하는 대신, 그동안 훼손된 양측의 우호 관계를 복원하고 대북 경제지원을 강화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방향과 앞으로의 전망 등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중국의 입장과 요구가 무엇인지도 파악했을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의 과정으로 들어서기를 바라고 있는 미국 행정부의 강한 의지가 가감없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북한 체제의 유지와 경제 개혁에 필수적인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김 위원장 스스로의 결단뿐이다.

김 위원장은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미국이 북한 체제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핵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를 미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해답은 자명해질 것이다.

핵 포기를 향한 김 위원장의 결단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고 누구보다도 북한 체제와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북한도 이제 핵으로 스스로를 옭아맨 폐쇄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넓고 열린 세상으로 나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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