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형님 만나고 온 동생 2명-

국군포로 출신인 손원호(75).김재덕(69)씨를 만나고 돌아온 남측 동생들은 28일 김포공항에서 '형님들이 북한에서 고생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손원호씨를 만나고 온 동생 준호(68.경북 경주시)씨는 '좀 얼떨떨했지만 기분은 좋다'면서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그는 '형님과 조카 2명(손영락.손정락) 모두가 탄광에서 일한다고 들었다'며 '형님 손을 잡아보는 순간 손이 너무 거칠어 마음이 아팠다'고 안타까워 했다.

준호씨는 '형님 가족들을 위해 운동화와 파카, 내의 등을 선물했으며, 형님으로부터는 술과 꿀, 가족사진 등을 선물로 받았고 형님과 주소를 교환했다'면서 '형님께 부모님의 제삿날을 가르쳐드렸더니 눈물만 쏟으셨다'고 말했다.

준호씨는 '형님은 상봉기간중 말씀을 잘 하시지 않고 눈물만 글썽이셨다'면서 '형님께서는 대체로 건강하셨으나, 다리가 좀 불편하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헤어질 때 `서로 건강하게 잘 살자'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면서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다시 만나야지, 피는 물보다 진한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다른 국군포로의 생존과 현황에 대해서는 '형님 입장이 곤란할 것 같아서 아예 물어보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국군포로 현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재덕씨를 만나고 돌아온 동생 재조(65)씨도 '6.25전쟁 발발 직후 입대, 6개월만에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던 형님을 직접 만나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형님께서 나이가 들어서인지 처음에는 나를 못 알아봐 마음이 아팠다'면서 '형님께서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면서 고향에 가서 어머님을 만나면 통일이 돼 만나뵐 때까지 건강히 살아계시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형님께 반지와 내의를 선물했다는 재조씨는 빨간 보자기에 담긴 상자 2개를 들어 보이며 '형님께서 술과 담배를 싸주시면서 고향에 가지고가 어머니와 주변 친지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고 웃었다.

재조씨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아내, 동생에게 형님을 만나 나눈 얘기를 들려줄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면서도 '다시 형님을 뵐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 `짧은 상봉'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조씨도 `개별상봉 때 북에 살고 있는 나머지 국군포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형님과는 서로의 지나온 얘기만을 나눴을 뿐 국군포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