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혈육들과 만난 제3차 남북 이산가족방문단은 28일 2박3일간의 아쉬운 일정을 마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서울과 평양으로 각각 귀환했다.

김경락(金京落)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한 북측 방문단 140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아시아나항공 OZ-1007편으로 김포공항을 출발, 평양으로 돌아갔으며, 장정자(張貞子)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인솔한 남측 방문단 151명은 낮 12시께 같은 비행기로 순안공항을 떠나 서울로 돌아왔다.

50여년만에 가족들과 만난 감동과 회한으로 마지막 밤을 뜬 눈으로 지샌 이산가족들은 이날 귀환에 앞서 숙소인 잠실롯데호텔과 평양 고려호텔 현관에서 30여분간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 상봉을 갖고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다짐했지만 북받치는 슬픔을 억제할 수 없었다.

중풍에 걸려 몸을 가눌 수 없는 강항구(80)씨는 119구급대의 앰뷸런스를 타고 나와 북으로 돌아가는 동생 서구(69)씨를 환송했고, 북에서 내려온 조기운(67)씨는 어머니 김매월(86)씨에게 '오래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다'면서 이별을 고했고, 노모는 '나 200살까지 살란다'며 아들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북의 작곡가인 정두명(67)씨는 '북에 올라가면 이산가족상봉을 주제로 한 통일주제가와 어머니를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겠다'면서 '꼭 가야 하느냐'고 울먹이는 노모 김인순(89)씨를 달랬다.

평양의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손사정(90) 할아버지는 이날 아침 기력을 회복, 고려호텔로 돌아와 아들 양록(55)씨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북에 두고온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던 그는 전날과는 달리 정신이 돌아온듯 취재진에게 '얘가 내 아들이다'고 소개하며 뒤늦게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대한항공(KAL) 여객기 여승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69년 납북된 딸 성경희(55)씨를 만난 어머니 이후덕(77)씨는 '너를 두고 어떻게 가냐'며 딸을 부여안고 마지막 눈물을 흘렸고, 3차 상봉에서 유일하게 어머니를 만난 이후성(84)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아파 오늘 못만났다'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6.15 공동선언 발표후 세번째 이뤄진 이번 상봉에서 북측 이산가족들은 서울에서 750여명의 가족과 만났고 남측 이산가족들은 평양에서 243명을 만났으며 특히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들의 평양상봉이 이뤄졌다.

한편 김경락 북측 방문단장은 서울 출발성명을 통해 '북으로 갈 것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 송환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혀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를 다시 제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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