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과거사' 발언 파문을 빚은 황태연(黃台淵) 동국대교수가 28일 민주당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직을 사퇴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이 발언을 문제삼아 현정부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이회창(李會昌) 총재 주재의 총재단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현정권 출범과 더불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해 사상의 편린을 만들어주는 황 교수의 이번 발언이 대통령 의중과 같은 것 아니냐'면서 '이 정권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대변인은 특히 '김 대통령이 방북도중 두차례 김 위원장과 동승, 아무도 모르게 나눈 대화내용을 지금도 숨기고 있다'면서 '현정부가 북한에 대해 해온 행위와 말을 종합하면 이 나라를 몽땅 바쳐서 공산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회의에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 나온 행위와 말이라 하더라도 반인류적이고 반인권적인 것까지 다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권에 반하는 행동이 여과없이 쏟아지면 신뢰가 무너지고 평화공존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또 성명을 통해 '황 교수의 망언은 현정권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본다'면서 '이 정권은 도대체 이 나라가 누구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지 그 정체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황 교수의 발언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파문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황 교수의 발언은 학자로서의 개인적인 견해인 만큼 당은 물론 국가전략연구소의 공식입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나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황 교수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과 관련시켜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황 교수의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직 사퇴와 관련, '황 교수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연구소 부소장직을 맡을 수 없다는 의사를 전해와 당 총재와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재가를 얻어 이를 수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황 교수가 개인 자격이기는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만큼 부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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