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방문해 반세기만에 그리운 혈육을 만난 남측 이산가족 100명과 수행원, 취재기자 등 남측 방문단 151명은 2박3일간의 상봉일정을 마치고 28일 오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순안공항을 출발, 서울로 향했다.

남측 방문단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고려호텔 1층 로비와 찻집 등지에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과 선물 등을 교환하며 기약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특히 치매증세를 보여 평양방문 첫날 50년만에 만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건강이 악화돼 고려호텔 인근 친선병원에 입원했던 손사정(90) 할아버지가 이날 아침 정신을 되찾아 호텔에서 아들 양록(55)씨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등 뒤늦게 상봉의 기쁨을 맛보았다.

지난 69년 납북된 대한항공 여승무원이었던 성경희(55)씨는 남편 임영일(58)씨, 아들, 딸과 함께 어머니 이후덕(76)씨를 만나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 할머니는 딸 성씨와 작별인사를 나누며 '나 못 가겠다. 못 가겠다'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재조(65)씨와 손준호(67)씨도 이날 국군포로 출신인 형 김재덕(69)씨, 손원호(75)씨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북측의 형 김재덕씨는 동생 재조씨에게 '내가 너보다 더 건강하다. 내가 한 말 꼭 잊지말라'며 눈물을 훔쳤다.

끝내 아들 김수남(59)씨를 만나지 못한 김유감(76) 할머니는 '아들을 보지 못해 서운했지만 잘 살고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장정자 남측 단장은 '앞으로 1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제도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측 방문단은 지난 26일 단체상봉과 27일 두 차례 개별상봉 및 공동석식, 출발에 앞선 작별상봉 등 모두 다섯 차례의 만남을 가졌다./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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