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진전, 내용은 답보' 서울과 평양에서 지난 26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3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행사는 이 한 구절로 정리된다.형식면에서 우선 상봉시간이 늘어났다.

서울에서는 중식과 석식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평양에서도 동석석식이 마련돼 이산가족 상봉의 핵심인 만남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따라 2차 상봉 때 8시간 정도였던 상봉시간이 이번 3차 교환 방문에서는 10시간을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

석식이 동석식사로 치러지면서 통일부 장관 주최 만찬 같은 군더더기 행사가 줄어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올려 행사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도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이번 상봉을 통해 그동안 '특수 이산가족'으로 분류돼온 납북자,국군포로, 반공포로가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린 점은 커다란 성과로 평가된다.

물론 이들은 지난 2차 상봉 때도 특수 이산가족들이 방문단에 포함돼 서울과 평양을 방문했었지만 이번에는 언론에 공개되면서 서로의 진심을 알지 못해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데서 탈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과거의 이념적 대결구도가 재현되기도 했다.북측 이산가족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꺼내는가 하면 절을 하기도 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장군님의 은덕'으로 강조했다.

이같은 북측 이산가족의 과도한 정치적인 발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남북 양측의 행사 관계자들이 때로 몸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에서 온 일부 가족들의 이러한 돌출 행동은 남쪽 가족들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켜 순간적이나마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됨으로써 순수한 만남의 장에 옥에 티가 됐다.

또 김경락(金京落) 북측 단장은 대한적십자사 본사로 서영훈(徐英勳) 총재를 예방해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요구하고 국군포로에 대한 남측 언론의 보도를 지적하며 '국군포로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기도 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는 이와관련,'내달 15일 서신교환이 이뤄지면 적십자회담에서 합의한 사업들은 대부분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이제 이산가족해법의 제도화와 정례화에 남북이 집중해야하고 이를 위해 정치.사상적 대결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월3일부터 열리는 제4차 적십자회담에서는 생사.주소확인과 서신교환 확대, 면회소 설치를 통해 일회적이고 행사 중심의 방문단 사업의 약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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