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2월 11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YS-11기 납치사건으로 북한에 억류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11명이냐 12명이냐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이같은 논란은 제3차 이산가족 남측 방문단의 일원인 이후덕(77.서울 노원구)할머니가 26일 평양에서 KAL기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 69년 납북된 딸 성경희(55)씨를 만난데서 비롯됐다.

27일 일부 언론 등에서는 당시 납치범으로 지목된 조창희(조욱희)씨를 제외한 11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KAL기 납치 사건으로 북한에 억류된 사람들의 가족 모임이 `납북 KAL기 미귀환자 11인 가족회'라는 것도 이에 대한 `증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KAL기 납치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조씨가 남한 당국이 발표한 납북 억류자 명단에 실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의 휴전 이후 납북 억류자 명단에는 69년 12년 11일 납북된 KAL기 승무원ㆍ승객은 12명이며 '유병하, 최석만, 성경희, 정경숙, 황 원, 채헌덕, 김봉주, 장기영, 임철수, 이동기, 최정웅, 조창희'라고 기록돼 있다.

납치범이라고 밝힌 사람을 월북자 명단이 아닌 납북 억류자 명단에 포함시킨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에 대한 당시 치안당국 발표는 논란을 가중한다. 당시 치안당국은 '북괴의 고정간첩이며 강릉에서 자혜병원을 경영하던 승객 채헌덕이 주범으로서 다른 승객 조창희와 부기장인 최석만을 포섭해 비행기로 납북해 갔다'고 발표했다.

치안당국의 발표 내용으로만 보면 납치범이 3명이며 이들을 제외시킬 경우 납북 억류자는 9명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측은 당시 '최석만 부기장의 가정과 생활태도로 보아 간첩행위를 할 만한 결정적 단서가 없다'면서 '따라서 경찰의 발표는 단순한 추정일 뿐'이라고 밝혔고 이같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27일 강조했다.

납북 억류자 수에 대한 논란은 KAL기 사건의 진상이 사건 발생 3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관계 당국의 한 관계자는 '납북 억류자 명단에 조창희씨가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납북 억류자 명단에는 사망자도 빠지지 않고 기록돼 있는 등 북한에서 귀환하지 않은 사람들을 모두 게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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