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너 내 딸 맞아?”
“엄마….”
3차 이산가족 방북단으로 평양을 방문한 이후덕(77·서울 노원구)씨가 69년 12월 11일 대한항공 여객기 승무원으로 근무하다 납북된 딸 성경희(55)씨를 32년 만에 만났다. 납북 이산가족 간 상봉은 작년 12월 ‘2차 이산가족 상봉’ 때 김삼례(74) 할머니가 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인 아들 강희근(50)씨를 13년 만에 만난 데 이어 두번째다.

26일 오후 4시30분쯤 평양 고려호텔 이산가족 상봉장.

어머니는 몇 걸음씩 다가오는 딸을 쳐다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딸이 낮은 목소리로 “엄마”를 계속 부르자 결국 딸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서울을 떠나오기 전 남쪽에 있는 자식들과 ‘딸을 만나도 울지 않겠다’고 그렇게 약속했건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한참을 얼싸안고 울던 딸이 어머니에게 큰절을 했다. 이씨는 딸의 얼굴을 매만지며 얼굴을 비볐다.

“엄마, 딸이야.…이쪽은 아들이고.”

성씨가 어머니에게 외손녀(26)와 외손자(24)를 소개했다. 외국유학을 다녀왔다는 외손녀와 인민군 복장의 외손자가 이씨 품에 안겨 함께 울었다. 옆에 있던 사위 임영일(58·김일성종합대 교수)씨가 “어머니, 맏사위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이씨는 상봉시간 내내 딸과 외손녀 손을 놓지 않았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손자가 우황청심환 2개를 꺼내 어머니와 외할머니에게 드렸다. 이씨와 딸이 테이블에 앉아 얘기 나누는 동안 손녀는 할머니께 음료수를 드렸고 손자는 할머니 뒤에서 어깨를 열심히 주물렀다. “난, 이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야. 전에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는데 아니야. 딸도 만나고 손자 손녀도 만나고…. 3월 15일 시작한다는 서신교환 대상에도 뽑혔어. 이젠 됐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어.”

서신교환 대상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씨는 행여 상봉을 못 할까봐 “서신교환 빼줘요. 나 편지 안하고 딸 만나고 올게요”라고 통일부에 전화까지 했다고 했다.

“이젠 여한이 없어. 딸도 보고. 이번에 찍은 사진에다 편지까지 써서 보내면 더 이상 뭘 바라겠어.” 이씨는 27일 개별상봉에서 조촐한 생일잔치를 열 생각이다. 음력 2월 12일은 자신의 77회 생일. 딸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라고 생각해 서울에서 케이크까지 준비해왔다.

(평양=공동취재단)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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