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사망한 한덕수 조총련 의장은 1955년 5월 조총련 창립 이후 종신의장을 지내오며 절대권력을 휘둘러온 카리스마적 인물이다. 경북 경산 출신인 그는 20세 때 도일, 좌익·노동운동에 관여하다가 일본 패전 후 조총련의 전신인 조련(재일조선인연맹)을 결성, 전면에 나섰다.

이후 뛰어난 조직술을 바탕으로 김일성 주석의 일본내 대리인 역할을 해왔으며, ‘김일성 훈장’을 3번 받는 등 북한 당국의 절대적 신뢰를 받아왔다. 그는 노인성 폐렴과 고혈압 등의 지병으로 3년전부터 위독설이 나돌았으나 그때마다 초인적인 생명력을 보이며 고비를 넘겨왔다.

조총련은 그동안 한 의장 사망에 대비, 은밀히 장례 준비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장의위원장은 서열 2위인 서만술 제1부의장이 맡게 된다.

조총련은 오는 5월 말 전국 지부·분회·사업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9차 전체 대회를 열어 후임자를 선출할 예정이며, 그 때까지는 대행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후계자엔 자금조달에 수완을 발휘해온 서열 3위의 허종만(69) 책임부의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작년 3월 노동신문에 허 부의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대대적으로 게재됐다”며 허 부의장의 승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도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일성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발휘한 한 의장의 사망으로 조총련 조직이 급속히 구심점을 잃어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조총련은 교포들의 잇단 조직이탈과 재정기반 파탄, 북한체제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총련 주변에선 시가 30억엔 상당의 도쿄 자택과 별장 등 그가 소유한 방대한 재산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의장은 대지 600평 규모의 도쿄 자택을 조총련 중앙본부에서 자신의 개인 명의로 돌려놓아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경=박정훈특파원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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