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남 혹은 대미ㆍ대일 선제공격 위협과 같은 낡은 가정(assumptions)을 버려야 한다고 전직 미국 관리가 2일 밝혔다.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 조정관 보좌관으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미협상에 참여했던 한국계 필립 윤 전 국무부 관리는 이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북한 이해하려면 낡은 가정 버려야' 제하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씨는 "북미대치를 풀 열쇠는 적을 아는 일"이라고 말하고 미국이 평양에 대해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만큼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그들이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근거없는 통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북 출신 어머니와 남한 출신 아버지 아래서 자란 윤씨는 1998년 국무부에서 대북업무를 맡을 당시 북한을 아는데 필요한 사항은 거의 모든 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대북 초강경파(super-hawk)였지만 곧 북한과 북한 주민들 캐리커처로 봐 왔으며 문제가 흑백논리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씨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 혹은 일본에 대한 선제공격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휘청거리고 식량도 거의 없는 북한에서는 정복이 아니라 정권(자체의) 생존과 자주에 동기가 부여될 뿐이며 미국이 할 일은 북한을 설득하는 것으로 채찍 뿐 아니라 당근, 그들을 포용하려는 진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또 (북한)인민들이 김정일 정권의 전복을 기다리고 있다는 가정도 "다른 근거없는 통념"이라고 말하고 북한 주민은 전제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던 구소련 위성국가 국민과는 달리 바깥과 고립된 상태에서 세뇌돼왔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살아남으며 이를 달리 생각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덧붙였다.

윤씨는 평양의 정권교체 혹은 쿠데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북한 지도부는 하나의 바위로 된 기둥(monolith), 즉 단일체가 아니며 군부와 공산당과 같은 그룹간 경쟁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이 정권교체를 너무 거세게 추진할 경우 냉전과 고립 속에서 자라난 차세대 지도층, 즉 40대 혹은 50대 그룹은 서방세계에 훨씬 더 잔학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씨는 이밖에도 중국이 겨우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국도 어쩌면 핵심 안보문제에 관한 한 북한의 태도에 그리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기존의 낡은 통념을 파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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