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과 안보 보장을 제공해 줘야 한다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적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뉴스위크 최신호(2월9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내 느낌으로는 북한은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은 소수의 폭탄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갖고 있을 지 모른다"면서 "이같은 사실은 북한의 핵확산 상황을 가장 위험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한은 완전히 포위되고 고립돼 있으며 잃을 것이 없는 핵능력 보유국"이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방식을 두고 계속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진정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구체적으로 "그들에게 안보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그 대가로 우리는 그들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해체해야 한다.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혀 유인책과 연계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이 과거와 같이 기만책을 구사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겠느냐는 질문에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입증 체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기만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포괄적인 검증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는 "이라크에 대한 제재와 유엔 사찰이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이 WMD가 없었다면 왜 국제사찰을 통해 이를 입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후세인 전 대통령은 이미 전쟁을 기정사실화한 마당에 존엄과 자존심을 지키려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IAEA는 이라크 핵무기에 관해 조사할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여건이 되는대로 IAEA 사찰팀이 이라크에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라크에는 아직도 핵무기에 관한 노하우와 기술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나는 이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최근 실상의 일부가 드러나 논란이 된 국제 핵무기 암시장에 국가가 관련됐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확신하지 못하겠다"면서도 "많은 부분은 민간분야의 개인들이 관여됐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원심분리기나 핵무기 설계에 관한 노하우를 지닌 과학자들이 산업기반을 갖춘 국가들과 계약을 맺고 기성 핵무기 제조기술을 제공한 사례는 있다"고 지적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테러범들이 핵무기를 입수할 가능성은 아직도 낮지만 코발트-60과 같은 방사능 물질을 획득해 `더러운 폭탄'을 만들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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