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용산의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관해 16일 하와이(한국시각 17일)에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져,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의외로 서둘러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문제의 핵심은 이들 두 사령부가 용산기지에 잔류할 경우 기존 80만평의 부지 가운데 미군측이 얼마를 계속 사용할 것이냐였다. 작년 10월 미국측은 28만평을 요청했고 우리측은 17만평을 제시했으나, 미국측은 11월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방한 이후 면적에 관계없이 완전 이전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나는 용산에 작은 면적으로 두는 쪽으로 협상이 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이 옳다”고 말한 것은 여전히 면적 문제가 관건임을 시사한다.

50년 동맹의 양국이 80만평 가운데 11만평의 차이를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미 관계의 현주소인 셈이다. 그간 우리측은 대통령의 방침 때문에 별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것이 ‘가려면 가라’는 태도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이런 모양새로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결코 양국관계의 내일을 위해서도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미국측은 사령부 이전이 동맹관계를 약화시키지도, 한반도 안보를 저해하지도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식적 언급은 형식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을 짙게 풍긴다.

더욱 큰 문제는, 한·미 동맹관계에 대해 양국 정부와 국민들이 확신을 갖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 용산기지 이전 여부가 결론지어지려 하고 있으며, 이런 상태에서의 이전은 당장 심리적으로도 한국민과 북한, 그리고 주변국들에 엄청난 차이를 줄 것이란 점이다.

북한부터가 한·미 동맹의 실체를 재평가하려 할 것이고, 유엔사와 한미연합사의 탈(脫)서울은 가뜩이나 급감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며, 나아가 한국의 국가신인도에도 직·간접으로 부정적 파급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만일 미국 역시 감정적 차원에서 이전을 재촉한다면 동맹으로서 취할 책임있는 태도라고 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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