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발표한 당ㆍ군ㆍ청년보 신년 공동사설과 관련,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체제단속을 강화하려는 내부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김일성 주석 사후 10년을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그의 주체사상과 업적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그동안 여러 부문의 정책전환 노력이 실패로돌아가면서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불만을 ’유훈통치론’으로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다음은 신년 공동사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가다나 순)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핵 문제 등으로 체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국정지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김일성(전 주석)의 주체사상을 강조하면서 유훈통치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김일성 사후 10년간의 통치실패에대한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태도로 보인다.

특히 이런 태도는 여러부문의 정책적 전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리더십에 위기가 왔음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7.1 경제개선 이후후속 조치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정책의 변화를기대할 수 없음을 북한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2005년 노동당 창건 60주년과 광복 60주년의 의미를 강조한 부분은 눈여겨볼 대목이며 이는 내년을 계기로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의 현 정세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여전히 ’선군’이다. 국내외적인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경제와 과학기술의 일체화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과학기술의발전은 국제적인 첨단기술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데 현 상황으로는 정책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평화적 해결’이란 원칙적인 입장을 제시하면서도 미국에강경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의 일방적인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단기간 협상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질것으로 보인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김일성 사망 10주년과 주체사상 강령 선포30주년의 의미를 부각시킨 것은 내부 사회.정치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이완돼 있음을말해주고 이를 추스르려는 뜻으로 보인다.

기대가 컸던 경제개혁 후속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다만 ’당-행정의 일치’를 강조한 것은 당 책임비서-지배인-기사장의 3위1체의 중요성과 함께 경제행정일꾼들의비중이 커졌음을 말해준다. 대남부문에서는 지난해 남북교류의 실적을 평가해 눈길을 끌었고 올해 교류협력 수준 또한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 = 공동사설에서 정치사상 부문을 앞자리에둔 것은 충성심 이완에 따른 내부 체제단속에 고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김일성의 주체사상 계승 발전과 군의 대적관을 강조한데서도 읽을 수 있다.

군사부문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방공업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단기적으로는 예비전력(민간무력)의 동원태세를 확립하겠는 의지를 보여줬다. 경제분야에서의 내각책임을 강조한 것은 경제를 보는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미 사이의 핵 문제’라고 분명히 해 여전히 북-미 양자간에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평화적 해결과 미국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자세를 동시에 드러낸 것은 협상결렬에도 대비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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