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4일 오후 김대중 대통령과의 2차 회담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김 대통령에게 “(냉면은) 너무 급하게 자시면 맛이 없습니다.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잘 드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 장면이 서울의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대형 멀티큐브 화면을 통해 나오자, 국내외 취재진들은 일제히 ‘회담이 연장되는 것 아니냐’며 술렁대기 시작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무슨 의미로 이같이 말했을까. 단순히 의례적인 것일까, 아니면 회담기간 연장을 염두에 두고 이를 넌지시 비친 것일까.

서울 상황실의 공식 답변은 “우리는 (서울에선) 알 수 없다”였다. 한 관계자는 “설령 연장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말하지 못한다는 것 잘 알지 않느냐”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매일 같이 우리 TV를 시청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말 하느냐”고 반문했다. 만에 하나 ‘가능성’ 수준이라도 미리 보도되면 깨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의례적인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피곤하지 않으시냐” “잠자리는 편하셨느냐”며,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많이 했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드시라”고 한 것도 회담이 오후로 잡혀 있어 여유가 별로 없어 평양의 냉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을 아쉽게 생각해 건넨 말이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200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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