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과 언론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이 14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 도중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어제 좀 늦게까지 테레비도 봤는데…”라며 “실제로 우는 장면도 나와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중국에 가니까 김치를 내놨는데 한국식 김치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입에서 ‘실향민’ ‘탈북자’ ‘한국’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의 방문에 즈음해 남쪽 반응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라며 주목하고 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위성을 통해 국내외 TV방송을 즐겨 시청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발간되는 신문도 발간과 거의 동시에 주요 내용을 접한다는 것이다. 방북 중인 남쪽 기자들이 송고하는 내용 역시 즉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무는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날 김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직전 TV에 일부 대화를 공개한 것도 자신에 대한 남쪽 언론의 보도에 대한 ‘간접화법성 대답’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있다.

/ 문갑식기자 gsmoon@chosun.com(2000.06.14)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