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의 각 가정에서는 ‘진달래꽃 피우기’에 마지막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일 생일(2월16일)에 맞추어 진달래 꽃을 활짝 피워 그의 초상화를 장식하기 위해서다.

2월이 되면 집집마다 가지와 모양새가 곱고 망울이 큰 진달래를 산에서 꺾어와 물통이나 큰 꽃병에 담아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주면서 2월16일에 맞추어 꽃이 활짝 피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이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24시간 교대로 불을 지피기도 한다. 보통 10~15일 정도 따뜻하게 해주면 꽃이 활짝 핀다. 이때 가장 잘 피운 진달래꽃은 각 기관이나 학교 등에 있는 김정일 초상화 앞에 놓이게 된다. 이런 충성심을 발휘한 주민이나 학생들에게는 표창이 주어진다.

백미·술·고기 등 설날보다 더 푸짐
특별사면·외화상점에선 세일까지

추운 겨울 학교나 기관등에 있는 김정일 흉상앞에 가득히 놓이는 진달래꽃도 이렇게 해서 인위적으로 조기 개화한 것들이다. 진달래는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북한의 국화처럼 여겨지는(실제는 목란) 꽃이다.

김정일 생일이 오면 북한 전역에서는 충성의 노래모임이나 혁명역사 학습, 정일봉답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주민들이 이날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보다 평소에 먹기 힘든 고기 술 이밥(쌀밥)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일간의 휴일도 주어진다. 인민학교학생들에게는 사탕과자도 선물로 준다. 학생들의 교복은 아직까지 김일성 생일(4월15일)에 주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 생일을 정말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수용소나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다. 석방이 가능한 정치범수용소나 노동교화소에서는 이날 특별사면이 내려지기 때문에 혹시 행운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수감자들은 손꼽아 기다린다.
/강철환기자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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