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북한의 체신성이 한국통신의 `116시보(時報)'와 같은 생활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북한통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주조선 최근호(1.26)는 "체신성 약전(弱電)공학연구소에서 수자식(디지털방식) 시간알림봉사장치를 개발하여 전국의 수자식 전화통신망에서 시간알림봉사를 할 수 있게 하였다"고 밝혔다.

또 일기예보나 열차운행시간표 같은 정보서비스는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수자식 시간알림봉사장치'는 한국통신이 `116 시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화교환기와는 별도로 갖추고 있는 시보 장비와 유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시보나 자동응답시스템(ARS) 등 생활정보 서비스가 수동식 전화교환기에서는 불가능하고 기계식이나 전자식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러한 민주조선의 보도는 북한 각 지역에 있던 수동식 전화교환기가 사려져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거승로 이해된다.

남한에서는 남북한 정보통신의 호환성 확보와 인프라 통합 측면에서 북한의 전자교환기 교체 지원사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볼 때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남북협력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수동식 전화교환기는 단순히 음성만을 전달할 수 있지만 기계식또는 전자식 교환기는 음성통화뿐만 아니라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도 가능한 시스템이다.

최근 북한방송 보도에 따르면 평안남도 안주시 등 대도시에서도 수동식 전화교환기가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체신성의 생활정보 서비스 제공이 `전국'을 대상으로 계획돼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기계식ㆍ전자식 교환기 보급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주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말 조선중앙텔레비전과 가진 대담에서 "현재의 수동식 교환대와 (구리)전화선을 가지고 컴퓨터화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실상을 밝혔다.

민주조선이 '발광소자가 있는 현시(顯示)장치를 연결하면 눈으로 시간을 볼 수 있다'고 `수자식 시간알림봉사장치'를 소개한 대목은 전자식 교환기도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액정화면을 전화에 설치해 시간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음성이라는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바뀌어 전달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식 교환기가 보편화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국내 통신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계식ㆍ전자식 교환기 보급이 늘 경우 컴퓨터 통신을 비롯해 인터넷 활용도 손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통신 현대화'의 기치아래 `전화의 자동화, 수자화, 빛섬유까벨(광섬유케이블)화, 전자계산기(컴퓨터)화의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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